한 편 두 편, 글을 써 내려갈 때는 신기할 정도로 잘 써졌습니다. 예쁜 공간 사진을 보면 저절로 문장이 흘러나왔고, 색감 하나에도 이야기를 붙여가며 쓸 수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비슷한 주제를 자꾸만 다시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소형 평수 인테리어, 자취방 꾸미기, 화이트 톤 벽지 추천… 제목은 바뀌어도, 내용은 조금씩 겹쳐 있는 듯한 기시감. 그 낯선 익숙함이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습니다.
뭔가, 나만의 말을 하고 싶었거든요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 내가 이 공간을 어떻게 느꼈고, 어떤 감정이 머물렀는지를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공간을 본 순간 떠올랐던 짧은 기억, 가만히 앉아 바라보다가 문득 들었던 생각 같은 것들.
그게 없으면 글을 쓴다는 게 점점 일이 되어버리더라고요. 정해진 틀 안에서 비슷한 문장을 조립하는 느낌. 어쩌면 그게 가장 두려운 지점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무언가 다른 걸 쓰고 싶은데, 다 써본 것 같기도 하고
그럴 때는 자주 손을 멈췄습니다. ‘또 이 얘긴가?’ 싶어서 창을 닫기도 했고요. 처음엔 스스로 너무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인테리어는 결국 제한된 물리적 요소들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공간, 가구, 색상, 조명, 자재... 주제 자체가 ‘정해진 틀’ 안에 있다 보니, 콘텐츠도 자꾸 익숙한 프레임에 머물게 됩니다.또한 검색 유입을 고려한 키워드 중심 글쓰기를 하다 보면 창의적인 발상보다 안전한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지고, 이로 인해 에너지 소모는 커지고 만족감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공간은 반복돼도, 사람의 마음은 매번 다르다는 것. 그래서 글도 결국, 반복되는 주제 속에서 매번 새로운 감정을 발견해야 한다는 걸요.
내가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은 매일 조금씩 다르니까
같은 거실이라도, 어느 날은 햇살이 먼저 들어오고, 어느 날은 사람의 기척이 먼저 채워지기도 합니다.
그 다름이 글에 담기면, 똑같은 소재여도 다른 이야기가 된다고 믿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정답을 적기보다는, 그 공간에서 느낀 ‘나의 생각’을 솔직히 쓰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저의 이야기를 읽는 누군가도, 그 안에서 자기만의 공감이나 감정을 떠올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정보보다 사람의 온기가 먼저 전해졌으면
예쁜 인테리어 아이디어도 좋지만, 그 공간에 앉아있던 사람의 체온이나, 무심코 내려놓은 머그잔 하나의 마음 같은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나는 지금 이 글에 진심이었는가?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단지 검색어 때문이었나? 내 안의 감정, 현장의 소리, 고객의 표정은 글에 담겼는가?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들어요. 글을 쓰는 내가 정보 전달을 넘어 하루를 살아낸 누군가에게 따뜻한 온기 하나쯤은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래도 다시 쓴다는 것
쓰다 보면 또 비슷한 문장이 나올 수 있겠죠. 뭔가 뻔해 보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 안에 진심이 있으면, 그 진심은 닿는다고 믿고 싶습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고민조차도 어쩌면 누군가는 비슷하게 겪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결론
인테리어 글을 쓰다 보면 한계가 찾아옵니다. 소재는 겹치고, 문장은 닳아지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적어둡니다. “오늘 내가 느낀 걸 써보자.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 마음이면, 비슷한 주제도 내 글이 될 수 있더라고요.
이 글을 읽는 분도, 혹시 글이나 콘텐츠를 만드는 분이라면 그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우리, 너무 잘하고 있는 거예요.